어려운 OKR
OKR은 경영 도구이자 성과관리 프레임워크이다. OKR의 전신은 인텔의 앤디 그루브였고, 이후 존 도어와 Google을 통해 매우 유명해진 프레임워크이다. OKR은 개인 그리고 조직 간의 목표를 정렬(Alignment)해주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해주며 자기 주도성을 통해 높은 성과의 업무를 완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OKR의 포맷은 간단하다. 목표(Objective)와 핵심 결과(Key Result)를 수립한 후 이에 맞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들을 설정하여 이들을 실행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실행해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립만 하고 관리되지 않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또는 수립하는 당시 OKR의 의도와 다르게 조직 내 반발감도 많이 생기기도 한다.
OKR이 잘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이해와 공감이다. OKR은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어느 한 방향으로만 수립할 수는 없다. 방향성은 상위조직에서 어느 정도 정해진다면 이를 실행하는 조직에서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정하는 게 좋다. 여기서 한 번 만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렬해야 한다. 이 과정이 중요한데 OKR이 잘 수행되지 않는 조직들을 보면 이 과정이 없거나 적다. 그리고 대부분 온전히 하향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일이 아닌 위에서 시키는 일을 추가로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OKR이 잘 적용되어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OKR에 대한 이해이다. OKR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적용할 경우 큰 문제가 있다. OKR이 주는 의미를 크게 오해하는 것이다. 가장 큰 오해는 핵심 결과에 대한 오해이다. OKR 수립과 관련된 글들을 보면 핵심 결과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수립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의미는 이렇게 수립되어야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이니셔티브들이 얼마만큼 잘 수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즉, 핵심 결과는 현재 상태에 대한 지표인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핵심 결과에 나와 있는 지표들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오해하게 된다. 예로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목표에 맞추어 ‘서비스 릴리즈 전 생성되는 버그를 0건으로 만든다’라는 핵심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이 ‘버그 0건’이라는 것을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오해할 경우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버그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한 달에 한 번으로 한다’, ‘리팩토링을 하지 않는다’라는 부정적인 이니셔티브들이 도출된다든지, ‘서비스 릴리즈 전 생성되는 버그 0건이 어떻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면서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OKR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은 ‘버그 0건’이라는 것을 왠지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를 벗어나려면 핵심 결과를 목표로 인지하지 말고 지표로 인지해야 한다. ‘버그 0건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자’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다 보니 버그 0건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원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오해로서 핵심 결과와 이니셔티브의 오해이다. 핵심 결과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결과이다. 다른 어떤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outcome)이다. 이니셔티브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산출물(output)이다. 이 의미를 오해하여 이니셔티브로서 유효한 것들이 핵심 결과로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OKR에 맞추어 수행하는 것들이 무척 무의미해질 수 있다. 예로 ‘팀 내 개발 문화에 관한 설문 조사 점수를 5점 만점에서 4점 이상을 획득한다’라고 핵심 결과를 수립했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잘못된 핵심 결과이다. 이유는 설문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팀 내 개발자들인데 이 개발자들이 점수를 4점 이상 부여하면 종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에 핵심 결과로서 유효하지 않다. 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핵심 결과인 ‘사용자의 만족도 설문 조사를 5점 만점에서 4점 이상을 획득한다’는 유효하다. 이유는 사용자의 만족도 설문 조사를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핵심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을 수행할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서 ‘설문 조사 항목을 재수립한다’와 같은 것들도 핵심 결과로 도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것도 우리가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핵심 결과로 볼 때 설문 조사를 항목을 재수립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핵심 결과라면 설문 조사 항목만 계속 재수립할 텐데 과연 의미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듯 핵심 결과 수립 시 이 결과물이 우리가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기준만 가지고 있어도 이렇게 이해만 하고 있어도 핵심 결과와 이니셔티브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상위 조직에서는 목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명확히 하고 개인이나 하위 조직이 수행해야 할 것들을 제약하지 않아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상위 조직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결정하여 하위 조직이나 개인에게 할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이처럼 진행될 경우 하위 조직이나 개인은 공감성 없이 단순히 주어지는 업무로서 치부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상위 조직에서 내려온 핵심 결과가 OKR에 쓰인대로 어렵지만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왔다면, 성과 평가에 연계될 것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될 확률이 높으며 이럴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 및 각종 와해를 발생시킬 것이다. 더욱이 내적 동기 또한 자극하지 못해 주도성 또한 사라질 것이다.
예로 축구팀 오너가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해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치자. 이 경우 축구팀 오너가 하위 조직 또는 각 개개인이 해야 할 것들을 일일이 지정하는 것이다. 명문 구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 시 점유율 80% 이상으로 진행하고 공격수는 무조건 3명 이상 투입한다’라든지 ‘홈 경기 관중석 90%를 채우기 위해 SNS에 하루에 1개 이상 글을 올린다’라든지 하위조직에서 적극적으로 수립하면 좋을 것들을 미리 나열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하는 게 좋겠다. 목표가 주는 의미를 명확히 하고 이 목표가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핵심 결과는 하위 조직들과 같이 수립하는 것이다. 위 축구팀으로 다시 예를 들자면 축구팀 오너는 ‘명문 구단이 된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의미하는 바를 감독, 마케팅과 같은 각 담당 부서장들, 그리고 필요하다면 코치진들까지 모인 상태에서 공유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들을 같이 논의하여 수립하고 OKR을 우선 결정한다. 그렇게 우선 결정된 OKR을 가지고 각자의 조직으로 돌아가 의미를 공유하고 각 조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수립하는 과정을 취하는 게 좋다.
만약 ‘명문 구단이 된다’라는 목표에 따라 ‘리그를 우승한다’, ‘홈 관중석이 90%로 채워진다’라는 핵심 결과가 세워졌다고 하자. 그러면 감독은 이 OKR를 가지고 팀으로 가서 공유하고, 팀이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핵심 결과인 ‘리그를 우승한다’를 목표로 두어 핵심 결과를 도출한다. 물론 OKR 수립 시 상위 조직의 핵심 결과인 ‘리그를 우승한다’를 그대로 이용해도 되지만 팀 내 논의에 따라 정렬이 잘 되어 있는 상태의 새로운 목표로 재수립해도 된다. 예로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을 운영하여 리그를 우승한다’라는 목표로 재수립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립해도 결국 상위 조직의 OKR에 잘 정렬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할 때 팀 내에서 여러 가지 의견과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공감성을 더 높아질 것이다.
내가 생각한 OKR이 잘 안되는 대표적인 원인에 대해 말해봤다. 이것 말고도 많이 있겠다만… 본인 역시 비전문가라 그런 부분은 OKR 전문가에게 교육받고 코칭 받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여기서 작게나마 설명했지만 적어도 이런 과정들을 통해 공감성을 얻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목표와 핵심 결과들을 수립해야 자기 주도성이 높아지며 결국 OKR도 잘 수행될 수 있는 기본 환경이 구축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