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미팅
익명으로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스크럼, 그중에서 데일리 스크럼(Daily Scrum)에 대한 글을 보았다. 그 글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고 부정적인 내용뿐이었다.
- 실제로는 데일리 업무 공유, 장애물을 얘기하고 해결하는 시간이 아니라 보고 시간.
- 나 열심히 일한다고 티 내는 자리.
- 어제 뭐 했고 오늘 뭐 할 예정이라는 일일 업무 보고.
- 보고 시간이 아니라 장애 포인트나 모르겠다는 것 토의하는 시간.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형식만 따라 하기 때문이다. “스크럼에서 데일리 스크럼이 있는데 이게 매일 회의실에 모여서 15분 동안 서서 어제 한 것과 오늘 할 것 그리고 무언가 이슈가 있으면 공유해서 해결하는 자리라고 하니 우리 이렇게 합시다.”라고 행동을 수행하는 그 형식만 가져왔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실질적으로는 데일리 스크럼과 스탠드업 미팅은 다르다. 이 예시도 이 2개를 혼용했다. 위 익명 사이트에서도 각자 데일리 스크럼에 대해 말했지만, 데일리 스크럼에 대해 명확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형식만 가져왔을 때 ‘일일 업무 현황 공유 미팅(Daily Status Meeting)’과 차이점이 무엇이 있을까? 의자에 앉아서 하는가 서서 하는가? 1시간을 하는가 15분을 하는가?
애자일에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그런 목적이 중요한데, 목적 없이 무지성으로 형식만 가져오고 수행하니 참여자들은 ‘우리가 데일리 스크럼을 하는데⋯?’, ‘우리는 스탠드업 미팅을 하는데⋯?’ 라는 의문점과 함께 단순히 ‘업무 현황 공유 형식’으로만 운영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계층의 중간에 있는 관리자(매니저, 리더)는 상위 계층에서 다가올 질문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팀원들이 공유하는 것을 더욱 상세하게 알고자 추가 질의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결국 이게 반복되어 ‘업무 현황 공유 미팅’이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데일리 스크럼이든 스탠드업 미팅(Standup Meeting)이든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사실 데일리 스크럼 그리고 스탠드업 미팅 둘 다 데일리 숏 미팅(daily short meeting, 이하 데일리 미팅)의 유형일 뿐이다. 스탠드업 미팅은 XP에서 소개되었고 데일리 스크럼은 스크럼에서 소개되었다. 애자일 분야에서 데일리 미팅을 하는 이유는 애자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다음 2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Individuals and interactions over processes and tools)
-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Responding to change over following a plan)
짧은 데일리 미팅을 함으로써 같은 목표를 향해 업무를 하는 동료들과 정보 공유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환경 요소가 변경되었거나 문제가 있으면 다른 것보다 빠르게 조치를 취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한마디로 한다면 경험주의의 상호 간의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데일리 미팅은 업무 현황 보고가 아닌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동료와 나를 위한 정보 공유와 이에 따른 조정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참여자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래의 목적대로 잘 움직이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조직화가 된 팀이거나 자기 조직화가 될 수 있는 팀에 가까울수록 잘 작동된다. 자기 조직화한 팀이 아닐수록 즉, 관리자와 팀원이라는 전통적인 조직 구조가 굳어져 있는 팀일수록 이런 데일리 미팅이 일일 업무 현황 공유 미팅으로 확실히 굳어진다.
자기조직화 팀이라면 앞서 말한 팀의 공통 목적 또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팀원 모두 그 공통의 목적/목표를 향해 다가가려고 하고 그 목적/목표에 잘 다가가지 못한다면 모두가 그것을 향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관리자와 팀원이라는 계층이 굳어져 있는 팀이고 관리자가 문제가 있으면 본인이 해결해야 하고 본인이 무엇이든지 다 알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데일리 미팅 시 관리자의 끼어들기가 잦을 것이고 이게 반복되면 관리자에게 자신 업무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고 변질하고 만다.
즉, 여기까지만 본다면 데일리 미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수적이다.
- 자기조직화 팀에 가까운 팀.
- 데일리 미팅의 목적 이해.
데일리 스크럼이든, 스탠드업 미팅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단순히 따라 하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기본 원리, 가치, 그에 따른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처럼 환경이 구성되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첫 번째, 처음에 데일리 숏 미팅이라고 말했듯이 짧게 한다. 짧게 해야 하므로 XP에서는 일어서서 하는 형식을 취했다.
두 번째,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한다. 불규칙적으로 하면 예측 불확실성 때문에 개개인별 인터럽트가 생기고, 짧은 피드백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 시간이 짧은 만큼 공유에 먼저 집중한다. 공유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본 결과 “어제 무엇 했고, 오늘 무엇 할 것이다.”라는 형식이 가장 간단하고 사용하기 쉽다.
네 번째, 각자의 공유 내용은 짧게 한다. 구구절절 상세하게 무엇을 설명할 필요가 절대로 없다. 목표가 있을 텐데 내가 그 목표에 맞추어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짤막하게 말한다.
다섯 번째, 공유하는 순간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않는다. 중간에 이런 부분이 주입되면 그 짧은 시간 내 공유가 종료되지 않는다.
여섯 번째, 모든 사람의 공유가 종료되면 남은 시간 동안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한다. 목표 달성에 장애물이 있는데 이런 장애물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면 이때 한다. 여기에서 논의는 30초~1분 내와 같이 짧은 시간에 결정될 수 있는 논의여야 한다(시간은 짧게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다). 논의가 길어지겠다고 판단한다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별도의 미팅을 수립한다.
추가로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 또 있다. 데일리 미팅에 참여할 때 내가 업무 보고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내가 어제 무엇을 했고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모든 팀원 앞에서 다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이를 committed라고 한다).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내가 할 일을 많은 사람에 단언하는 것만으로 본인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예로 내가 많은 사람 앞에서 매일 “어제 담배를 안 피웠고, 오늘도 담배를 안 피울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어찌 담배를 피우겠는가? 만약 필 것이라면 저렇게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몰래 피었더라면 매일 이와 같은 내용 공유 시 마음이 답답할 수도 있겠다. “누가 보진 않았을까?”라고⋯
그리고 팀 구성에 따라 데일리 미팅을 쉽게 또는 어렵게 적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교차 기능 팀보다는 단일 기능 팀(전문 기능 조직, 예로 서버 개발팀, 앱 개발팀 등)일수록 여기서 말하는 데일리 미팅에 더 가깝게 운영하기 위해서 책에서 각종 글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단일 기능 팀은 각자 수행하고 있는 일이 다를 확률이 교차 기능 팀보다는 매우 높다. 그러므로 상호 간의 관심이 적어질 확률이 높고, 그런 경우 어느새 업무 현황 공유 미팅으로 변경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